드디어 출국일은 15일이 밝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정 안되면 반차라도 내고 공항으로 바로 갈 생각으로 출근할 때, 여행가방을 바리바리 챙겨서 나왔다.

점심시간이 되어 사무실이 거의 텅 빈 상태가 되어, 팀장님께 아직 환전도 못했고 여행자 보험도 들어야 하고

핸드폰 로밍과 주저리 주저리... 그리고 사무실을 빠져나와서 공항으로 갔다.

사무실이 있는 가산 디지털 단지역에서는 역시 지하철이 최고의 교통수단...

김포공항역으로 가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공항철도는 할인기간이라는거 같았는데 편도 3200원이었다.

아직까지 카메라를 빼어들 용기가 없어서 공항철도의 사진을 찍어두지 못하였다. 흑. 무지 찍고 싶었는데...

여지껏 여행은 커녕 다른 사람을 배웅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인천공항은 매우 생소했다.

출국장 한쪽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다가

대략 어찌어찌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어 보딩 패스를 받아가지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가 않는 것이 정말 많이 해맸기 때문에 내가 빨리 잊고 싶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타고갈 비행기는 타이페이를 경유하는 방콕행 타이항공이었는데 탑승하자마자

태국 전통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태국어로 인사를 했다. "싸와디카~~"

나중에 알았는데 이것을 "와이(wai)"라고 한다고 하는데, 그때의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좌석은 미리 지정하여 다행히 창가 좌석... 가방 대충 밀어넣고, 자리에 앉았다.

짐을 쌀때, 노트북을 가져갈까 하다가 15인치의 압박으로 인해 급 대체한 회사의 UMPC...



바로 이녀석을 급하게 꺼내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창가 좌석의 특혜(?)를 마음 껏 누려본다.



130만 화소 내장 카메라를 너무 믿었던 것일까??? 역시나 화질은 저질이시다. DSLR 꺼낼껄...쩝

옆사람(통화중) : "엉, 한국 사람은 하나도 안보이고 죄다 태국 사람뿐인거 같은데..." ... 통화 끝...
나 : 저 한국 사람인데요. 어디까지 가세요???
옆사람 : 아 예 아테네 가요.


대략 위와 같은 대화를 통해 바로 옆좌석에 앉은 JK군과 친해져서 방콕까지 가는 6~7시간동안 재미있게 갈 수 있었다.

JK군은 방콕을 경유해서 아테네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3~4달간 유럽, 중동 지방을 여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역시 대학생이라 가능한 일인것 같다. 나 같은 직장인에겐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난 대학생때 뭘 했을까???

JK군이 가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둘이 같이 사진도 한장씩 찍어서 나눠가졌다.

"블랭킷, 블랭킷"

승무원 님들께서 돌아다니면서 비행기에서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담요를 나눠주고 다니는데

불행하게도 고질적인 영어울렁증 때문에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지 못했다. 내가 못받은 담요는 유난히도 따듯해 보였다.

그렇게도 긴장, 긴장하게 만들었떤 비행기가 휙 이륙해버리고 기내식을 주려는지 밥냄새가 기내에 진동을 한다.



기내식을 나눠주는 승무원이 드디어 나에게 와서 물었다.

승무원 : "Beef !#$%^&* or Fish !#$%^&*???"
나 : @@@@@ "Fish, Please"


다행히도 핵심단어가 귀에 들어왔기 때문에 승무원과의 큰 트러블 없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내식은 고추장, 김치, 김등 구색은 열심히 갖춘 티는 나지만 먹고 뒤돌아 서면 서운하다랄까???

깨끗이 싹 비우고 나서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경유지인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방콕까지는 6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내가 탄 비행기는 타이페이에 잠시 들려 1시간 정도 있다가 방콕으로 출발하는데

그 덕분에 기내식을 두번이나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륙하고 나면 바로 밥준다고 부산을 떨고, 먹고 나서 좀 쉬면 곧 착륙, 그리고 또 이륙한 후 식사, 그리고 조금후 착륙...

이런 일정 때문에 깊이 잘 수가 없는 점이 쪼금 아쉬웠다.

사실 이것은 그냥 이래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고 처음 비행에 기내식도 두번이라 마냥 좋기만 했다...





대만 시간은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빨라서 5시30분에 이륙하여 2시간 반정도를 비행하였지만

7시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왠지 시간을 번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지만 일단은 모두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야 하기 때문에

타이페이 공항의 면세점을 조금 구경하다가 근처에 있는 인터넷 코너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륙 시간에 맞춰 탑승하였다.



타이페이 공항을 이륙하자마다 믹스넛을 하나씩 주고는 음료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ㅎㅎㅎ 이번에는 승무원이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비아 씽"

태사랑에서 본이후 매우매우매우 먹어보고 싶었던 싱하 맥주를 드디어 마셔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무 크게 외쳤는지 승무원이 하이네켄을 마시려던 JK군까지 싱하를 주는 바람에 JK군에게 살짝 미안했다.

맥주를 다 마시고 나자 그 여운을 즐길 시간의 여유도 없이 바로 또 기내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승무원의 "Noodle"을 알아듣고는 그것으로 달라고 하였다.



딱 나까지 기내식을 받고 나자 승무원이 배식을 잠시 중단해야 할 정도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짧지 않았던 관계로 위와 같은 사진만을 남긴체 식사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다 하고 또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어느새 방콕에 착륙한다고 깨운다.

비행기는 사뿐히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내렸다.

착륙하여 느낀 방콕의 수완나폼 공항의 분위기는 "신종플루 경계 중..." 이었다.

거의 모든 공항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외국인 여행객들 뿐이었다.

수완나폼 공항에서 인천에서 방콕까지 함께 했던 JK군과 작별을 하고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오래지 않아 아테네행 비행기에 탑승한 JK군은 아마도 그날 3번째 저녁을 먹었을 것이다.

입국장에서 나와서 달러로 환전해 온 돈을 태국돈으로 환전을 하고 카오산 거리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택시를 타면 사기를 당할 확률이 매우 높고 공항에 사기를 치는 삐끼들도 많다고 들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별 문제 없이 버스를 타고 카오산 거리로 들어왔다.

카오산 거리에 도착한 시각은 11시30분 정도 였는데 그곳의 분위기는 도저히 늦은 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나에게는 늦은 시간이었고 외국인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 처음이어서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태사랑에서 만나 동행을 하기로 한 분과 근처의 한인 업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약속 장소로 갔으나

약속 장소에서 그 분을 만날 수가 없었고 그 업소에 잘 곳도 없어서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프런트에 현지인 여직원이 앉아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절실하게 필요하면 하기 싫고 좋고 없이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여직원과의 불편한 대화 끝에 에어컨, TV에 화장실이 딸린 방을 500바트(대략 15,000원)에 체크인 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일단 TV와 에어컨을 켰다. 에어컨은 덜덜 거림과 동시에 물이 아래로 뚝뚝 떨어졌다.

TV에서는 태국 남자 가수가 약간 촌스러운 듯한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샤워와 빨래를 마치고 침대에 올라 앉아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아침에 회사 출근을 시작으로 비행기를 타고 방콕에 와서 숙소에 들어오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이다.

잠궜지만 불안불안한 방문 밖에서는 영어, 태국어(추정) 등등이 크고 작게 들려오고 아직 익숙치 않아 불편했지만

피곤이 밀려오는 바람에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다.

Posted by Huik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