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고나서 방콕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했다.

좀 늦게 일어나버린 탓에 짐만 바리바리 싸서 바로 숙소를 나왔다.

전날 만나서 동행하기로 했던 분과의 약속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약속 장소를 찾았지만

결국은 만나지 못하게 되어  그분과의 약속은 그냥 잊기로 하고 무슨일로 하루를 보낼까 생각을 했다.

아침, 점심 모두 먹지 못한 상태였지만 아직 영어 울렁증 때문에 식당이든 노점이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이곳 카오산 거리 주변와 외국인에 대한 적응을 하기로 하였다.


<< 출처 : 태사랑 사이트(http://cafe3.ktdom.com/) >>



위 지도는 태사랑 사이트에서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여행 기간내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제일 소중하게 지니고 다녔다.

지도에 표시한 1번이 첫날 묵은 "싸왓디 ??? 인"이라는 숙소가 위치한 곳이고

2번은 그날 이후 귀국할 때까지 계속 묵었던 "At Home Guest House"가 있는 곳이다.

지도에 보이는 카오산 거리 부근은 걸어서 한두번만 다녀보면 금방 익숙해질 정도로 넓지 않은 구역이고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식당, 주점, 노점, 여행사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주로 큰 길 위주로 한동안 걷다보니 금새 주변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되어서
 
살짝은 외진 곳까지 돌아다녀보기로 하였다.

그러다가 가게 된 곳이 두번째로 숙소로 정한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골목이었다.

그 골목은 당시 내가 가지고 있떤 지도에 "채식주의자 골목"이라는 표시와 함께

중동, 흑인이 주로 찾는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태사랑의 숙소 정보에서 괜찮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 골목이라서

과감하게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숙소를 선택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중 하나가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에,

손에는 UMPC를 손에 들고 무선 AP 신호를 검색해가면서 여러 게스트 하우스 앞으로 알짱거렸다.

일종의 워드라이빙을 하던중, 젊은 현지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현지인 : (양복점 홍보 책자를 내밀며...) 안녕~~, 혹시 이거 살 마음 없어???
나 : 응 난 본국에서도 양복 안입어...(더군다나 양복점껀 비싸서 더더욱이...)
현지인 : 아 그래??? 어느 나라에서 왔어? 일본?
나 : 대한민국에서 왔어.

..... 대략 이런 뻔한 대화 이후 ...

현지인 : 지금은 어디가는데?
나 : 어 숙소를 구하고 체크인 하려구...
      (양복점 바로 뒤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가르키며...)여기 혹시 무선랜 잡히는지 아니???
현지인 : 어 여기 숙소 안에서 무선랜 잡히고 궁시렁 궁시렁...
나 : 어 고마워... 땡큐베리 감사~~



그 말을 듣고 UMPC로 무선랜을 잡아보니 신호 막대기가 5개가 떴다.

물론 무선AP까지의 구간은 막대기 5개였지만 원래 인터넷 회선이 느린지 살짝(많이) 답답한 속도였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어서 그곳에 있는 "At Home"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갔다.

"At Home" 게스트 하우스는 건물의 1층은 카페테리아와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2층부터는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서양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프론트 직원들이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들의 영어 실력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겐 그저 조금 높고, 많이 높고한 빌딩을 바라보는 차이랄까???



나 : 이봐, 여기 방 있어?
직원 : 어 있어. 혼자야?
나 : 응 뭐뭐 있는데?


그렇게 묻자, 각 방의 조건들과 가격을 계산기까지 동원해가며 상세히 일러준다.

화장실

X

O

O

핫샤워

O

O

O

에어컨

X

X

O

 

250바트

350바트

450바트



방에서 빨래도 해야 하니까 화장실이 딸려 있고 핫샤워가 가능한 350바트(대략 11,000원)짜리 팬룸을 선택하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4층에 있는 방에 들어가서 한 것은 역시 무선 인터넷 확인...

그런데 방에 들어가니 신호가 하나도 안잡혔다.(-_-') 완전 안테나가 조루인 UMPC의 무선랜 카드를 과대평가 한 결과였다.

그래서 이후, 인터넷이 필요할 때는 1층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였다.

숙소 내부의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가져간 랜즈가 28-75mm, 50mm 두개 뿐이어서 광각의 절대 부족을 느꼈음...

아래에 빨간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것은 태국에서는 숙소에서 꼭 보았던 "수동 비데"...

수동비데는 사실 응가 이후의 사용보다도 화장실 내부 청소용으로 더 유용한 것 같았다.

세면대에는 비누가 없어서 프론트에 말했더니 사다가 쓰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변기 반대편에 있는 온수 사워기이다.

오른쪽 아래에 살짝쿵 보이는 것은 수도꼭지인데 수압이 매우매우 쌔서 빨래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숙소는 생각보다는 깨끗한 편이었고 방에서 맨발로 다닐 수 있는 점이 좋았다.(태국에는 신발 신어야 하는 곳도 많음...)

천장에는 커다란 팬이 하나 달려있는데 1~4단의 속도 조절이 가능하고 소리가 좀 나긴 하지만

때가 안더운 때였는지는 몰라도 밤에 켜놓고 자다가 추워서 깰정도 였다.



방에 이것 저것 늘어놓고 젤 구석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다.

더블 침대에 존재감이 불확실한 담요, 두껍고 무지 큰 타월 2개 이렇게 준다.

간단하게 씻은 다음에 인터넷으로 태사랑 사이트에 접속을 하였다.

사이트의 커뮤니티에 방콕에 와 있는데 동행하실분 찾는다고 글을 하나 올려놓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가 보았다.

이미 아침, 점심을 못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일단 생필품 구입을 위해서 편의점을 들렸다.

태국의 물에는 석회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물을 꼭 따로 사서 마셔야 한다고 해서 물을 한통사고,

젤, 비누, 사다보니 싱하 맥주 한캔도 같이 샀다.

저녁식사 거리로는 카오산 거리에서 버거킹쪽 가장 끝에 있는 노점에서 "팟타이""스프링롤"을 샀다.

태국식 볶음 국수인 "팟타이"는 쌀국수에 계란, 야채등을 넣고 볶아서 굴소스에 볶아서 땅콩 가루를 올려서 먹는다.

스프링롤은 쌀로된 피에 당면과 숙주 같은 야채를 넣고 싸서 튀긴 것이다.

이 두가지 메뉴가 각각 25바트씩 하여 합쳐서 약 2,0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저녁을 사다가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고 다시 인터넷을 확인하러 내려가니

동행을 구하는 글에 대한 답이 날라와 있었다.

이후, 오래 함께 같이 하게되는 KS형이 동행을 하자고 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만나기로 하였고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Posted by Huik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