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1일의 여행중 4일째 되는 날로 깐자나부리 일일투어에 가기로 한 날이다.

아침 7시에 투어를 신청한 여행사 앞에 모여서 출발한다고 하였는데 일행인 두 형님께선 잘해야 딱 7시에 나올 분위기다.

여행사 앞에 있는 노점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닭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25~30바트(1,000원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특이하게도 토마토를 잘게 썰어서 넣었는데 그 덕분에 약간 새콤한 맛이 났다.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은 처음 나왔을 때, 개미가 두, 세마리 떠 있었다.

어떤 개그에서 들은대로 "개미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라는 생각으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미들의 시신을 잘 꺼내서 고이 모셔두고 쌀국수를 먹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런것은 한국에 있었다면 상상하기도 힘든일이 아닐까 싶다. 개미가 나오는 것도, 또, 그것을 그냥 먹는 것도 말이다.

한국에서 억눌려 있던 내 마음 속의 여유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되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하고 7시가 되니 투어 신청자들이 모두 모였고, 전부 미니밴에 탑승하여 출발하였다.

내가 미니밴의 제일 뒷줄의 가운데 앉게 되어서 깐자나부리까지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10명이 조금 넘는 투어 신청자들은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 아닌 한 사람은 젊은 서양 남자였는데 볼륨을 크게 한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는 영국에서 온 22의 Tom이었다. 2달동안 동남아시아 투어를 한다고 한다.

갑자기 태국행 비행기에서 만난 JK군이 다시 생각나면서, 역시나 대학생 때 해보고 싶은 것을 못해본 내가 후회스러웠다.

Tom과 불편한 대화를 좀 나누다 보니 가이드가 미니밴을 세우더니 다 내리라고 한다.

내려 보니 한눈에 UN군 묘지임을 알 수 있었다.

깐자나부리는 2차대전 당시의 참혹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은 미얀마를 비롯한 서아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로 태국 - 미얀마 간의 철도를 건설한다.

여기에는 6만여명의 연합군 포로들과 20만명의 아시아 노동자들이 투입되어 16개월 만에 철로가 완공되었다.

그렇지만 워낙 난코스의 공사였기 때문에 연합군 1만6천명과 10만여명의 노동자들이 공사중 사망하게 된다.

2차대전이 끝난 후에도 일부 구간의 철도는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겨졌으며 그 중 한 구간인 콰이강의 다리는

관광지로의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같은 이름의 영화까지 나오게 된다.


<< 영화 콰이강의 다리 : 1957년 작품 >>


묘지에 들어가니 몸이 저절로 엄숙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이 나뿐만은 아닌지, 다른 관광객들 모두 엄숙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UN군 묘지 안에 있는 십자가 >>



<< 이제는 편하게 쉬고 계실 연합군 장병들의 묘지 >>


그곳의 관람을 마치고 일행인 형들과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와 다음 관람 장소인 전쟁 박물관으로 향했다.

전쟁 박물관의 입장료는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내역이라서 우리는 그냥 밖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여행사 사장님이 미리 알려주신 대로 입장객들에게서 돈에 비해 볼것이 정말 없다는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UN군 묘지와 전쟁 박물관을 관람하고 다음으로 간 곳은 같은 이름의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콰이강의 다리" 관람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냥 보기에는 허름한 다리... 다리 건너편까지 걸어서 건너갔다 올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아래와 같이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콰이강의 다리 주변은 관광지화가 많이 이루어져서 주변에 식당이나 노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콰이강의 다리 근처에 있는 한 가게에서 졸리는 듯한 호랑이 두마리의 모습...

그러고 보니 이 여행기를 쓰고 있는 올해가 경인년(庚寅年), 호랑이의 해네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고 사진에서 호랑이 기운도 받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콰이강의 다리 근처를 구경하고 있으니 가이드가 우리도 이제 열차를 타보러 가자고 하여 모두 미니밴에 올라탔다.

10여분이 지나 차를 세우더니 우리에게 내리라고 하였고 우리는 "타키렌"이라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이 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여지까지 인물이 없는 사진만을 골라서 올리다보니 올리다보니 사진은 없고 설명만 장황해지는 부분들도 생겨서

이제부터는 인물이 있는 사진도 적절하게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열차를 기다리면서 눈에 보이는대로 찍어보기...


<< 동행한 KS형 >>



<< 엄청 몬양 빠지는 자세로 찍은 철길 사진 >>



<< 하는 짓이 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찍어본 태국 아이 >>


사진을 몇장 찍다보니 열차가 도착했다. 서둘러 올라탔지만 우리가 앉을 자리는 없었다.

나는 "서서 가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얼마나 걸리는지도 모르는 구간을 서서 이동하게 되었다.

우리가 탄 열차는 과거 우리나라의 비둘기호보다도 더 오래된 열차 같아 보였다.

무시무시한 길을 탑승구(?)조차 닫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달렸다.


<< 달리고 있는 중 >>


열차간 연결 부분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플라스틱 양동이에 차가운 맥주, 음료를 가지고 와서 파는 사람이 지나갔다.

평소에 맥주 마시는 것을 쵸큼 밖에 않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아저씨를 불러서 뭐뭐 파는지를 물어봤다.(물어본건 아니고...)

싱하맥주 외에도 창맥주가 유명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케이, 비어창 투, 플리즈"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나의 영어로 거침없이 맥주 두캔을 구입해서 KS형과 한캔씩 마셨다.

열차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는 맛이란... 정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물론 진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에, 한손으로는 꼭 손잡이를 잡은 상태였다.

맥주를 손에 들고 있다보니 몇몇 멋진 풍경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 바위가 뒷통수를 후려칠까봐 조심조심하며 찍은 사진 >>


열차는 달리고 달려서 우리의 다리가 충분히 아플때 쯤 종착역에 도착하였다.

Posted by Huikyun